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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즈리 수족관

by lofi4 2024. 11. 12.

미우
panpanya
2024.11.08

1.
판판야의 첫번째 단행본입니다. 
물고기에 대한 관심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그런데 그 관심이 애호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기묘한 부분이 있어요. 도마위에서 입을 뻐끔거리는 물고기의 모습에서 비애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 좋다고 고백하는 그녀의 애호는, 어딘가 서늘한 면이 있습니다. 그게 판판야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온정주의에 기대지 않는 냉정함.

2.
초기의 플롯은 지금보다 더 허술하고 선에는 의도가 없습니다. 지금의 선에서는 생물은 연필, 관심을 받지 않는 배경이나 무생물은 밀도있는 펜선으로 작업하는 한다는 인상인데, 이 때에는 뜬금없이 펜선으로 휘날린 것 같은 컷이 중간중간 등장합니다. 그 부분에서 아마추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고요.

3.
단어들도 보다 직접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죽음' 이나 '망자의 거리' 라는 적나라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지요. 지금의 판판야는 이런 단어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플롯이 튀는 부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게 이렇게 끝난다고? 싶은 이야기나 플롯이 뜬금없이 튀어오르는 부분이 종종 있었습니다. 작가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린 후, 그리고 싶지 않은 부분은 대충대충 넘어갔다는 느낌이랄까요. 글로 따지자면 '퇴고는 덜 되었지만, 뭐 어때. 난 재미있었어'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의 판판야의 작업에서 보이는 친절함이 없는 날 것의 작업을 보는 게 꽤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 오랜 변화의 시간동안 꾸준히 작업했다는 게 새삼스래 존경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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