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4 농담 민음사 밀란 쿤데라 2025/04/07 1. 주인공인 루드비코 얀은 자신의 농담 한마디로 인해 파멸합니다. 편지에 한 문장을 적었다는 이유로 대학생의 신분을 박탈당하고 탄광에서 노동하는 신세가 되지요. 처음에는 쿤데라가 이런 부조리한 상황, 농담으로 촉발된 인생의 몰락을 농담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쿤데라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신이 주체라고 믿는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대신 분별없는 규칙에 매달리는지를 여러 이야기를 엮어 보여줍니다. 이는 카뮈의 부조리와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카뮈의 실존주의에는 신도, '절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주체적인 존재, 무한히 자유롭고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라고 착각하.. 2025. 4. 19.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페트릭 브링리 웅진 지식하우스 2025/04/09 (한글) 2025/04/16 (영문) 1. 현대 사회에서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오늘의 트렌드라고 광고하던 것이 내일이면 구닥다리가 되어버리는 시대이지요. 저자 페트릭 브링리는 형을 잃은 슬픔이 그렇게 순식간에 흘러 사라지는 것이 싫어 잡지사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지원합니다. 2. 미술관에 걸린 그림과 예술 작품, 유물들은 정지해 있습니다. 수십 년부터 수천 년, 수십만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들이 머금은 세월은 길어야 100년 남짓한 인간의 삶으로는 가늠하기 어렵지요. 그런 물건들이 품은 세월을 두고 불멸이나 영원을 떠올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하루하루 늙고, 인생은 순식간에 흘.. 2025. 4. 19. 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앤서니 버지스 2025/03/18 1.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유명한 『시계태엽 오렌지』입니다. 15세 소년 범죄자 알렉스를 통해, 사회가 인간에게서 선택할 능력을 박탈하는 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2. 알렉스는 많은 희생자를 낳는 인물입니다. 마약이 들어간 우유를 마시며 무고한 노인을 공격하고, 십대 아이들을 강간하며, 두 명을 살해하고 또 한 명의 죽음에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그는 그런 행동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속된 말로 '답이 없는' 인물이죠. 그는 루도비코 치료법이라는 실험적 교화 프로그램을 통해, 폭력과 성적 자극, 음악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도록 ‘치료’받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 폭력을 휘두를 수 없고, 음악조차 듣지 못하는 상.. 2025. 3. 22.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범양사프리초프 카프라2025/03/22 어렵고도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2부까지는 비교적 따라가기 쉬웠지만, 3부 후반부 부터는 이해하기가 확실히 어려워졌습니다. 양자론이나 상대성 이론 같은 과학 개념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훨씬 더 깊이 있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책 자체가 꽤 친절한 편이어서,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저도 핵심적인 주장은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과학과 동양 사상이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것 같지만 결국 비슷한 지점에 닿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자법칙과 불교”, “시바신과 상대성 이론”등등, 처음엔 이런 조합이 대체 어떻게 연결되나 싶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점점 그 연결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과학은 이성적 사고로, 동양 사상은.. 2025. 3. 22.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민음사 2025/03/11 1. 소설을 다 읽고 제목인 『달과 6펜스』가 소설의 내용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갈등의 핵심이 ‘달(이상)’과 ‘6펜스(금전)’라고 하면, 보통은 인물이 돈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최소한 금전에 대해 어느 정도 미련을 보이는 모습을 상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소설 내내 6펜스를 상징하는 돈·명예 따위에 관심조차 두지 않습니다. 그는 달을 좇습니다. 스트릭랜드가 가족과 사랑, 건강마저 내던지며 그림만을 좇는 과정에서 드러나듯, 그에게 세상의 보편적인 가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예술만이 그의 중심이지요. 스트릭랜드의 내면에서 세속적 가치와 예술이 충돌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사랑과 예술이 충돌합니다. 찰스 스.. 2025. 3. 16. 말 민음사 장폴 사르트르 2025/03/15 1. 쉽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말, 읽기와 쓰기를 중심으로 성장한 사르트르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르트르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들을 겪으며 자신의 사상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문학적인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기보다는 생각과 의식의 흐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서 쭉쭉 읽어나가긴 어렵습니다. 2. 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카뮈의 실존주의와 무엇이 다른지, 어째서 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에게 비판당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서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것을 아주 짧게 요약하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존재다’라는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3.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설에 가까운 자서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 2025. 3. 16.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