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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by lofi4 2025. 1. 20.

Ember
John boyne
2025.01.19

 


 

1.
out-with라는 유대인 캠프 옆의 저택에서 지내는 브루노의 이야기입니다. 슈무엘이라는 유대인 아이와 놀다가 순진하게 캠프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지요. 9살 아이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유대인 차별과 나치의 대량학살이 어떻게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줍니다. 영문판의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2.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면이 많았습니다. 9살이면 사실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닌데, 히틀러가 한창 득세하던 시기에 ‘유대인 차별과 캠프에 대해서 지나치게 무지한 면모를 보입니다. 게다가 집 안에서 군인에게 유대인이 구타당하는 모습도 직접 목격하고, 친구인 슈뮤엘이 매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말라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별 의문없이 그려러니 하는 점도 여러모로 이상했습니다. 작가가 아이의 순진함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 부자연스럽고 인공적인 느낌이 후반부로 갈수록 심해집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설계되었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주인공은 어떤 일을 겪어도 ’순수한 어린아이‘여야하고, 최후에는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하기 위한 방향으로 가야한다” 라는 청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합니다. 그래서 인물들이 인간이 아닌 도구로 전락하고, 이야기는 작위적인 느낌을 남깁니다.

3.
읽는동안 영화 ’조조레빗‘이 생각났습니다. 조조레빗의 주인공인 소년 조조는 주변에서 다들 유대인이 나쁘다고 하니까 의심없이 유대인을 차별하는 히틀러 유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겐 그런 모습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유대인과 친구를 맺고 살벌한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브루노보다 훨씬 현실성 있는 모습으로 여겨졌습니다.

4.
아무튼, 이 책에서는 억압하는 자와 억압당하는 자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지워 둘 모두를 전쟁이 가진 광기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 쪽도 행복하지 못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억압에 반대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구호를 힘차게 부르짖는 다수에 눌려 무시되고, 힘없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침묵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부조리한 구호를 믿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그와 동조하기도 하고, 흐름이 이러니까 나도 어쩔 수 없지, 하며 순응하기도 합니다. 

그런 광기어린 차별이 세계를 휩쓸었던 역사를 옛 일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현대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류가 인종이나 국가를 넘어서 하나의 공동체 단위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날이 오려면 머나먼 길을 가야 할 것 같아, 끝맛이 우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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