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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by lofi4 2025. 1. 20.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
2025.01.19


1.
제목만 보면 과거에 한창 유행하던 ’소확행‘이랑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내용은 미국에서 하루키가 살았던 일상의 에피소드들입니다. 재즈에 대해, 차에 대해, 맥주에 대해, 빵에 대해..등등. ‘우리는 이런 작은 행복들을 주섬주섬 모아야 한다’같은 주장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중간중간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과 부인 무라카미 요코가 찍은 사진들이 들어가서 그런지, 다른 에세이보다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슴슴합니다. 다 읽고나서 어떤 교훈을 얻는다거나 번뜩이는 직감을 얻는 경우는 드뭅니다. 내용도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거기서는 이렇게 지냈다, 그 사건에서 이런 인상을 받았다 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요. 그다지 다이나믹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요. 저는 재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고, 달리기는 종종 뛰지만 마라톤을 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에세이를 읽어도 별다른 인상이나 지식이 머리에 남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개 ’음, 그렇구만.‘ 하며 슥슥 넘어가지요.

저는 그 슴슴한 맛을 좋아합니다. 과학, 사회를 다루는 전문서적이나 고전소설을 읽는 것은 힘듭니다. 줄거리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내용을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에세이에는 그런 부담이 없습니다. 그저 친구하고 마주앉아서, ’어제 계란후라이를 부쳤는데 반숙으로 아주 맛깔나게 만들었지 뭐야.‘ ’오우, 그것 참 흐뭇했겠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소담한 담소같은 즐거움이랄까요. 

2.
하루키의 에세이는 튼튼합니다. 그가 일본에서 에세이를 써도, 유럽에서 써도, 미국에서 써도, 그는 여전히 아침마다 달리고 소설을 쓰며 재즈를 듣고 있습니다. 가끔 자동차를 도둑맞기도 하고, 미국 일주에 나서기도 합니다만, 전체적인 기조나 중심축은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에 있건, 어떤 시점에 있건 하루키는 자신의 페이스로 부지런하고 꿋꿋하게 나아가는 것 같달까요. 그게 무척 건강해보입니다. 시류나 유행에 휩쓸리며 지조없이 살아가는 자신을 보노라면 단단한 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천하무적의 마이페이스랄까요.

 


밑줄그은 문장

 

예술이라는 것은 다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그 작품의 작품성이 높다는 것과 마음속에 걷잡을 수 없이 불을 댕기게 한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인 것 같다. 

생활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컨디션이 나쁠 때는 나쁜 대로 자신의 페이스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범위 안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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