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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by lofi4 2025. 2. 15.

 


복복서가
김영하
2025.02.07



1.
로봇과 인간을 소재로 존재에 대한 질문을 그리는 소설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는 읽어봤어도 장편소설을 읽는 건 처음이었는데, 쉽게 쉽게 나아간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인물들 각자가 품고 있는 질문들이 무겁습니다. 단순히 본인의 생과 죽음을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인류와 인공지능, 그들의 공존과 소멸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2.
그래서 한편으로 지니고 있는 문제의 무거움에 비해 이야기가 너무 쉽게 나아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주인공들은 핍박받던 존재에서 열반에 오른 것 처럼 생과 사의 집착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존재로 변하는데, 그 과정이 소설을 재미있게 만들어주기보다는 줄거리가 어딘가 멀리 날아가버린 것 같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초반에 치열하게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두고 고민하며, 그로인해 고통받던 인물들이 후반부에는 '그런 건 결국 사소한 문제였을 뿐이야' 라는 식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김이 샜습니다. 결국 소설은 인간사의 사소하고도 복잡한 고민을 다뤄야 재미있지, 인물이 모든 문제에서 해방되어 열반에 오르면 읽는 재미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3.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자유의지를 갖게 된다면 인류는 인공지능을 새로운 지성, 개별자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그들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존재에 불과함으로 도구나 사유재산으로 취급받아야 하는가? 등등의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지요.

아직 그런 종류의 강인공지능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류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가능성을 소설과 영화같은 매체에서 실험해 볼 수 있을뿐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어떤 미래가 올까요?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인류세가 끝나고 새로운 지성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이런 고민이 즐거운 유희를 위한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실의 가능성을 탐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문명이 새로운 문명의 등장과 맞닿아있는 접경지에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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