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rion books
Lois Lowry
2025.02.10
1.
평화를 얻은 대신 감정을 죽이고 살아가는 디스토피아의 이야기입니다. 엘더로 이루어진 위원회가 사회를 통제하고, 전통적인 혈연기반의 가족형태 대신 위원회가 아이들을 가정에 입양시키는 형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출생, 직업, 가족, 심지어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나이까지 전부 사회에 의해 통제됩니다. 문을 잠그는 일이 없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말의 모호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색채를 보지 못하는 약을 복용하며 슬픔과 사랑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주인공 조나스는 12살의 생일에 다음 Reciver, 기억을 받는 인물로 선택됩니다. 이 직책은 사회에 단 한명만 존재하는데,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사랑과 슬픔, 고통과 괴로운 기억을 전달받는 존재입니다. 썰매타기의 즐거움부터 전쟁의 고통까지 과거로부터 전해진 기억을 혼자 받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충고를 건내는 역할이지요.
그러한 기억들은 조나스를 각성시키고, 이후 스스로의 결정을 내리도록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2.
제게 이런 부류의 디스토피아 소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빅브라더에게 통제되는 <1984>와 같은 사회, 다른 하나는 쾌락에 의해 통제되는 <멋진 신세계>입니다. 이 책은 <멋진 신세계>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약물로 개인이 감당해야하는 고통과 기쁨을 억제하여 각자의 개성을 죽이고 시스템의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지요.
<1984>나 <멋진 신세계>에 비교할 때, 한층 가볍게 쓰인 면이 있습니다. 독자층을 성인이 아니라 청소년으로 잡은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주인공을 압박하는 시스템이 허술해보였고, 기억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과학적이라기보단 마법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질문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감정을 제거하는 대가로 전쟁과 살인, 범죄가 없는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죽을만큼 슬프고 괴로운 감정을 느끼지 않는 대신, 사랑과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들은 여러 매체에서 반복되지만, 매번 마땅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소설에선 대부분의 주인공이 통제에 반항하며 다시 감정과 인간성을 획득하려 애쓰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시스템이 조작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모독이며, 전쟁과 살인과 비극이 끝없이 이어지더라도 인간은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메세지는 제게 의문점을 남깁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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