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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사회

by lofi4 2024. 11. 19.

 

미우
판판야
2023/11/16


 

이 책, 물고기 사회의 가장 메인 스토리는 물고기들이 진화하여 어항을 사들이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인상깊게 남은 작업은 카스텔라풍 찜케이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판판야는 '카스텔라풍 찜 케이크'라는 편의점 빵에 매료되어 그 빵을 구하러 다니는 여정을 만화로 남겼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편의점 빵이라는 건 그다지 굉장한 건 아닙니다. 유멩 제과점에서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도 아니고,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져 편의점에 진열된 평범한 빵이지요. 거기에 무슨 매료될만한 장점이 있을까요? 아무리 맛있어봐야 고작 편의점 빵일텐데요.

하지만 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은 빵에 있는 것이 아니라, 판판야가 '카스텔라 풍 찜케이크'에 매료되어 빵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일련의 과정에 있습니다. '카스텔라 풍 찜케이크'를 찾기 위해 편의점을 돌아다니고, 빵이 단종되자 직접 그 맛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고, 연구하고,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빵이 들어온 곳을 찾아 헤메는 과정이 이 이야기의 매력입니다.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 하나의 대상에 흠뻑 심취하는 맛이지요. 그로인해 세상의 해상도가 높아짐을 느끼는 지점이 매력적입니다.

저도 그런 걸 좋아합니다. 평소에는 별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사소한 대상에게서 새로운 매력이나 이야기를 발견한다거나, 그 사소한 것이 사실 중요한 의미의 메타포라는걸 발견하는 순간이지요. 물건이나 이야기라는 하나의 언어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반복은 힘이 셉니다. 새로운 것들을 진부하게 만들고, 우리의 감각을 둔하게 만들지요.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반복과 습관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 속에서 벗어나기란 마음먹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 무언가를 발견해야합니다.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에게서 의미를 발견하고, 흥미를 가지고, 매료되어야 비로소 납작한 일상성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도 제 나름의 카스텔라 풍 찜케이크를 찾고 싶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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