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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by lofi4 2024. 12. 13.

 

 

J.D Salinger

Little brown

2024.12.13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십대의 홀든 콜필드의 방황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고통받습니다. 작가는 홀든의 방황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갈망을 그리며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을 드러냅니다.

 

두 번 읽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공이 그저 심하게 사춘기가 온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면서, 짜증스럽게 읽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홀든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요. 잘 사는 집에서 명문학교다니면서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걸까, 배가 부른건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른과 아이 사이, 사회의 가식적인 모습에서 역겨움을 느끼는 홀든이 왠지 모르게 와닿았습니다. 그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진심을 숨기고, 가식적인 말만 오가는 현실의 모습에서 환멸을 느끼는 홀든이 처연하게 보였지요. 순수했던 시절과 죽은 동생, 앨리를 그리워 하며 방황하는 그의 모습이 지독하게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는 세상에게서 '넌 아직 어린애야' 라는 말을 듣는 동시에, '철 좀 들어라' 라는 말을 듣지요. 어른도 아이도 아닌 홀든은 그 틈바구니에서 길을 잃고 방황합니다. 어른처럼 술을 마시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자신을 위로하려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어설픈 시도로 끝나지요. 정말 만나고 싶었던 여자와는 이야기 한 마디 못하고, 가식적인 세계에서 가식적인 칭찬과 행동을 통해 여자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위로는 커녕 더 우울해진 채 거리를 쏘다니지요.

 

어른들은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지만, 동시에 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스펜서 교수도, 안톨리니 선생도 그에게 조언을 해 줄 뿐 그가 어떤 이유로 방황하고 있는지는 이해하지 못하지요. 홀든은 어른들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고 그들또한 위선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홀든은 세상을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곳으로 여기며,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마음은 그가 피비에게 이야기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나타납니다. 호밀밭 낭떠러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파수꾼처럼, 그는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호하고 싶어 하지요. 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개념은 홀든이 되고싶어하는 모습임과 동시에 홀든이 필요로 하는 어른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여동생 피비는 홀든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홀든을 진심으로 걱정하지요. 피비가 자신과 함께 떠나겠다고 했을 때, 홀든은 처음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그녀를 만류합니다. 이 장면은 그가 단순히 순수를 그리워하는 것에서 나아가, 순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음을 보여주지요.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 부조리와 소외, 순수에 대한 갈망을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홀든의 방황은 순수와 사회의 가식 사이에서 오는 혼란과 고독을 드러내지요. 아무래도 1900년대 미국 청소년의 방황을 현대 한국사회에 비추어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크지만, 그 본질적인 혼란과 갈망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I know he's dead! Don't you think I know that? I can still like him, though, can't I? Just because somebody's dead, you don't just stop liking them, for god's sake-especially if they were about a thousand times nicer than the people you know that's alive and all." (앨리가 죽었다는 건 나도 알아! 내가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그를 좋아할 수는 있잖아, 안 그래? 누군가 죽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니잖아-특히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천 배는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The thing with kids is, if they want to grab for the gold ring, you have to let them do it, and not say anything. if they fall off, they fall off, but it's bad if you say anything to them." (아이들의 문제는, 금반지를 잡고 싶어 하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는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만, 뭐라고 말하면 안 돼.) 

"I felt so damn happy all of a sudden, the way old phoebe kept going around and around, I was damn near bawling I felt so damn happy, If you want to know the truth. I don't know why. It was just that she looked so damn nice, the way she kept going around and around, in her blue coat and all." (갑자기 너무나 행복해졌다. 피비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다가 울 뻔했다. 정말 너무 행복했거든. 진실을 말하자면,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파란 코트를 입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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