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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호명사회

by lofi4 2024. 11. 25.

 

송길영

교보문고

2024.11.06


 

제가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 부분도 많고, 더 나아간 부분도 많았습니다. 기존의 거대한 조직문화에서 개인의 이름으로 각자도생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부분이 이 책의 골자입니다. 이 부분은 널리 퍼진 생각이지요. 

가족이나 인간관계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설문조사가 보여주듯, 현대 한국 사회는 배금주의적입니다. 간단히 그 인과관계를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서울에 일자리와 사람이 몰리고, 인프라가 몰려들었습니다. 수도권 과밀화는 지방에서 가족단위로 살아가던 구조를 해체하고 무수한 1인가구를 만들었지요. 가족이 주던 심적 안정감과 소속감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자본이 대체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내가 늙거나 아프게 되었을 때 나를 돌보아 줄 것은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나의 노후를 돌보아 줄 것은 돈입니다. 노후자금, 병원비, 보험료가 가족이라는 단위가 주던 안정감을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돈은 소속감을 주진 않습니다. 돈을 추구하는 것은 협업보다는 경쟁을 요구하지요. 발표를 다른 업체보다 더 잘해야 일을 따낼 수 있고, 나의 제품이 남들보다 더 훌륭하다는 것을 어필해야 물건을 팔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쟁에 익숙합니다. 학생시절부터 이어지는 선발제도의 과도한 경쟁은 개인의 가치를 수치화하고 비교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은 자신의 가장 초라한 면과 타인의 가장 빛나는 면을 비교하기 쉽도록 만들었지요. 단일 가치를 두고 줄세우는 방식의 경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뒤쳐진다는 불안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런 비교는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두드러지는데, 행복이나 만족감같은 면은 수치화할 수 없지만 재산은 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나이값 문화는 특정 나이에 이루어야 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개인에게 뒤쳐진다는 압박감을 더하며 이 비교에 더욱 무게감을 실어주지요. 

이러한 경쟁은 불안감을 증폭시키지만 그것을 완화시켜 줄 집단은 해체되었습니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들은 경쟁이 필요없는 집단, 내가 나인 채로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가족같은 공동체를 잃어버렸습니다. 

회사또한 협업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이지만, 개개인의 쓸모를 보고 모인 집단인 만큼 효율과 생산성을 추구할 뿐 심리적 안정감이나 소속감을 제공하진 않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안정적인 개념이 사라지며 충성심과 애사심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지요. 개인은 의존할 공동체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김훈 작가의 '공터에서' 라는 소설의 문장처럼, '아무 데도 기댈 곳 없이 제 구멍을 제가 파고 스스로를 핥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렇게 고독해진 개인들은 더욱 배금주의(돈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모든 관계를 돈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태도)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외롭고 고독한데, 돈까지 없으면 늙어 아프게 되었을 때 아무도 나를 구해줄 수 없겠지, 라는 불안감이 증폭되지요. 이 불안을 종식시킬 방법은 단 하나, 오로지 돈을 벌어 안정적인 삶을 형성하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배금주의와 고독은 순환하며 더욱 깊은 구멍을 만들게 됩니다. 

과거에는 결혼이 이 고독의 해결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요. 그렇게 된 데에 있어서는 수많은 이유가 있으나, 제가 생각하기에 주요한 이유중 하나는 시뮬레이션 과잉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시도하기 전에 머리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 봅니다. 이 물건을 사면 내게 어떤 이득이 있고, 대가로 얼마를 치루어야하는지 계산하지요.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시뮬레이션은 유효합니다. 저 사람과 사귀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되는가, 나의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같은 것들을 시뮬레이션을 돌려 득과 실을 따지지요. 

시뮬레이션은 실패를 줄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큰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치화 할 수 없는 것들을 과소평가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수치화된 형식만 계산할 뿐, 그 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보내는 시간의 만족감, 직업적 소명에 헌신할 때 오는 만족감과 사회 전체의 이득, 진심어린 관계를 만들었을 때 얻는 만족감은 계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계산기에 손해는 선명하게 적히지만 얻는 것은 모호하게 적힙니다. 연애와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잃는 시간과 돈이 선명하게 찍힐 뿐, 대가로 얻는 만족감이나 행복감은 희미하게 보이지요. 게다가 온갖 매체에서는 결혼하는 건 남자/여자에게 손해다, 아이 기르는 데 들어가는 돈이 수억원이다, 결혼식 하려면 수천만원은 쏟아야 한다, 하며 위협합니다. 이러한 정보들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뮬레이션은 점차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내게 이득이라는 결론으로 치닫습니다.

이런 흐름속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은 호오를 바탕으로 한 관계입니다. 과거처럼 혈연이나 나이, 지역을 바탕으로 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고, 그들과 같이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을 추구해야한다고 말하지요.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깊게 파고들며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요. 

아무튼, 책 안에는 훨씬 더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배운 바는 많지만 더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쉽게 쓰여져서 읽기 쉬웠고, 시대의 흐름을 엿보았습니다. 

 

 


밑줄 그은 문장

 

스스로에 대한 이해 없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선택을 할 때 따라오는 것은 위축된 자신의 모습입니다. 무언가 해야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방법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자신이 바라는 성취의 지점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축적의 시간은 길게만 느껴지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는 촉박하다고 느껴지면 무력감에 빠져 올바른 판단이 어렵습니다. 

하루의 시험을 잘 본 이가 평생의 혜택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거듭난 이가 스스로 성장하며 그 날카로움이 주머니를 꿇고 나올 때까지 모두가 기다려주고 지켜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배제한 해결책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때입니다. 그 시대에서는 특정한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아는 사람들이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또한 다른 이들과의 대등한 관계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무엇보다 어떤 것들을 '하지 않을 것' 인지가 더 명확히 보이며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축적되는 자기만의 일을 하며 단골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 미래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만약 배움의 과정이 수월해 끝까지 이수하는 것이 순조롭다면 그 분야는 돈이 되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이 원활한 일에는 새로이 100만 명이 참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쉽기만 한 일로 부가가치를 낼 수 없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당신의 직업이 어렵기 때문에 당신이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만큼 하나의 직업, 하나의 소속에 삶 전체를 의탁한 사람은 쉽게 정체성의 위기를 겪습니다. 산업 생태계의 변화속도가 빠르고 재직이 유동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사실을 기억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힘을 가진 이가 지식인으로 불렸다면, 이제는 실시간으로 물어보고 그에 관한 답변을 이해한 뒤 다른 범주의 문제도 추론해 내는 이가 새로운 지식인으로 불리게 될 것 입니다. 세계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 새로운 시대에 지식의 범위는 '전 지구 위, 오늘까지의 모든 정보' 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하는 것이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팔리는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지속의 일상에서 자신의 일은 작업이 되고, 자신이 만든 것은 작품이 됩니다. 작품의 전제는 유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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