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음사
앤서니 버지스
2025/03/18
1.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유명한 『시계태엽 오렌지』입니다.
15세 소년 범죄자 알렉스를 통해, 사회가 인간에게서 선택할 능력을 박탈하는 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2.
알렉스는 많은 희생자를 낳는 인물입니다.
마약이 들어간 우유를 마시며 무고한 노인을 공격하고, 십대 아이들을 강간하며, 두 명을 살해하고 또 한 명의 죽음에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그는 그런 행동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속된 말로 '답이 없는' 인물이죠.
그는 루도비코 치료법이라는 실험적 교화 프로그램을 통해, 폭력과 성적 자극, 음악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도록 ‘치료’받습니다. 더 이상 스스로 폭력을 휘두를 수 없고, 음악조차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오직 선한 행동만 할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죠. 즉, 악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당한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소설은 질문을 던집니다. 흉악한 범죄자에게, 사회가 선과 악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가? 어려운 질문입니다. 누군가는 사회에게 그만한 권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고, 끔찍한 범죄로 인해 상처받고 희생당한 시민 입장에서는 “그래야만 한다"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정의의 이름으로 개인을 심판하고 선택권을 박탈할 때, 그 뒤에 얼마나 많은 과오와 폭력이 있었는지 역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뿐만 아니라, 가장 민주적인 정부에서도 수많은 박해와 차별이 존재해왔지요.
작가는 알렉스를 통해 이러한 정부, 사람을 ’시계태엽 오렌지‘로 만들어버리는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권을 빼앗아 선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인간성을 박탈하는 행위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지요.
“아쉽게도 히틀러는 인간이고, 만일 한 인간에게 조건 반사 치료를 허용한다면 모든 인간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히틀러가 심각한 골칫거리였지만, 역사상 국가가 이런 일을 하고 싶어 손을 근질거리게 만든 다른 일탈자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예수, 루터, 부르노, 심지어 D.H 로저스 등이다. 아무리 큰 고통을 당했다고 해도 우리는 이 일에 대해 진정으로 깊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인간이 얼마만큼의 자유의지를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데, 바그너의 오페라 등장인물인 한스 작스에 따르면 "우리는 약간 자유롭다."고 한다. 그러나 약간의 자유라고 해도 침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침해의 이유가 아무리 선하다 한들 소용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저는 이 부분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희생자들이 과연 이런 의견에 동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알렉스같은 범죄자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하더라도, 그들이 선이나 악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통제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혀용될 수 있을까요? 개인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아서는 안되는 것일까요?
밑줄 그은 문장
"무슨 세상이 도대체 이 모양이야? 달에는 사람이 착륙하고, 또 날벌레가 불 주위를 도는 것처럼 사람들이 지구 주위를 돌지만, 정작 이 세상의 법과 질서에는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군. 네놈들이 가장 못된 짓을 할 수 있게 말이야, 이 못된 비겁한 폭력배 놈들아."
"인간, 즉 성장하고 다정할 수 있는 피조물에게 기계나 만드는 것에 적합한 법들과 조건들을 강요하려는 시도에 대항하여 나는 나의 칼, 펜을 든다."
만일 인간이 착하다면 그건 자기들이 원해서 그런 거니까 난 그런 기쁨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 반대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야. 난 그 반대쪽을 더 두둔하겠지만 말이야. 더욱이 악이란 자기 자신이 유일한 존재, 즉 한 개인으로서 너 또는 내가 책임지는 것이과, 이때 자아란 하날님 또는 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건 신의 커다란 자랑거리이자 기쁨인거야. 그러니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악이란 있을 수가 없지. 무슨 말인가 하면 정부 놈들이나 재판관들 또는 학교의 접장들은 인간의 본 모습을 인정할 수 없기 땝문에 악을 용납할 수 없는거야.
문제는 그 요법이 과연 진짜로 사람을 선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 선함이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란다. 6655321번아. 선함이란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어떤 것이야. 선택할 수 없을 때는 진정한 인간이 될 수가 없는거야.
신은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신은 선 그 자체와 선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우리는 동기라든가 고차원적인 윤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범죄를 줄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요...
"내가 무슨 태엽으로 움직이는 오렌지란 말이야?"
자네에겐 선택할 권리가 더 이상 없는거지. 자네는 사회가 용납하는 행동만 하게 되었어. 착한 일만 할 수 있는 작은 기계지.
사람들은 보다 평안한 삶을 위해서라면 자유를 팔아 버릴 거야.
그래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 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는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어.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쪼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서 태엽을 드르륵드르륵 감았다 놓으면 걸어가는 그런 인형. 일직선으로 걸어가다가 주변의 것들에 꽝꽝 부딪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청춘이라는 건 그런 쪼끄만 기계 중에 하나와 같은 거야.
아쉽게도 히틀러는 인간이고, 만일 한 인간에게 조건 반사 치료를 허용한다면 모든 인간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히틀러가 심각한 골칫거리였지만, 역사상 국가가 이런 일을 하고 싶어 손을 근질거리게 만든 다른 일탈자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예수, 루터, 부르노, 심지어 D.H 로저스 등이다. 아무리 큰 고통을 당했다고 해도 우리는 이 일에 대해 진정으로 깊게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인간이 얼마만큼의 자유의지를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데, 바그너의 오페라 등장인물인 한스 작스에 따르면 "우리는 약간 자유롭다."고 한다. 그러나 약간의 자유라고 해도 침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침해의 이유가 아무리 선하다 한들 소용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테러리즘의 목적이 무엇인가? 답은 테러리즘이다. 알렉스는 영원히 존재할 인간의 선한, 또는 사악한, 그리고 사춘기를 거치는 표본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여러분들을 자신의 형제라고 부르는 이유다.
문학 예술가들은 항상 악을 그들이 만들어 낸 것처럼 취급당하지만, 그들이 지닌 여러 사명 중 진짜 임무는 작품을 펜으로 썼든지 또는 컴퓨터로 썼든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악이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만약 작가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면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관객들이 보게 될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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