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 호밀밭의 파수꾼 J.D SalingerLittle brown2024.12.13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십대의 홀든 콜필드의 방황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고통받습니다. 작가는 홀든의 방황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갈망을 그리며 어른의 세계와 아이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을 드러냅니다. 두 번 읽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공이 그저 심하게 사춘기가 온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면서, 짜증스럽게 읽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홀든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요. 잘 사는 집에서 명문학교다니면서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걸까, 배가 부른건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른과 아.. 2024. 12. 13. 댄스댄스댄스 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 2024.12.05여러모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작들을 읽지 않은 채로 읽으면 맥락을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오래된 판본이라 그런지 비문이 꽤 많았습니다. 주제는 '과거와의 결별' 입니다. 소설은 주인공이 현실감을 상실한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그는 현실과 연결되지 못하고,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하지요. 그의 과거, 키키를 찾기 위해 삿포로의 돌핀 호텔로 향합니다. 주인공은 줄곧 춤을 춥니다. 댄스댄스댄스, 현실의 리듬에 발을 맞춰 나가기 위해 애쓰지요. 호텔에서 만난 여자아이를 돌봐주고, 과거의 친구와 재회하고, 알맹이 없이 부풀어오른 자본주의에 리듬에 맞춰 발을 움직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이어지는 죽음 속에서도 춤은 계속되지요. 과거는 어떻게 극복.. 2024. 12. 5. 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교보문고2024.11.06 제가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 부분도 많고, 더 나아간 부분도 많았습니다. 기존의 거대한 조직문화에서 개인의 이름으로 각자도생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부분이 이 책의 골자입니다. 이 부분은 널리 퍼진 생각이지요. 가족이나 인간관계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설문조사가 보여주듯, 현대 한국 사회는 배금주의적입니다. 간단히 그 인과관계를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서울에 일자리와 사람이 몰리고, 인프라가 몰려들었습니다. 수도권 과밀화는 지방에서 가족단위로 살아가던 구조를 해체하고 무수한 1인가구를 만들었지요. 가족이 주던 심적 안정감과 소속감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를 자본이 대체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내가 늙거나 아프게 되었을 때 나를 돌보아 줄 것은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나의 노후.. 2024. 11. 25. 정체성 민음사 밀란 쿤데라 2024.11.04 밀란 쿤데라는 샹탈과 장마르크, 두 연인을 중심으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대답은 주어지지 않는 질문이라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는 인간이 단일한 자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이 확고불변한 중심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입장이지요. 우리는 매 순간 변화하며 장소와 관계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마음' 이나 '영혼' 이라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인간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쿤데라의 두 연인도 마찬가지로 정체성을 잃습니다. 샹탈의 정체성은 남자들에게서 시선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흐려지고, 샹탈의 사랑에 의존하던 장마르크의 정체성은, 장마르크가 생.. 2024. 11. 2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테라 위대한 소설입니다. 프란츠와 사비나, 토마시와 테레사라는 네 명의 연애사를 다룬 것 같은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사랑보다 깊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영혼과 육체를 현실의 관계로 펼쳐내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작가가 한 발 빠져서 관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지요. 인물들의 모티브가 무엇인지,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나서서 설명을 합니다. 이런 방식이 독자가 인물들에 몰입하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개입 때문에 이 소설이 연애소설 이상의 깊이를 갖게 됩니다.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통한 존재의 고민으로 깊어지지요. 토마시는 바람둥이로 등장합니다. 유능한 외과의인 토마시.. 2024. 11. 23. 자기 앞의 생 문학동네에밀 아자르2023/06/18 멋진 소설입니다. 문장들은 정말 아이가 쓴 것 처럼 생동감넘치고 내용에는 깊이가 있습니다. 로자 아줌마의 죽음까지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생의 면모들이 다채로운 색채로, 날 것으로 쓰여집니다다. 아이들이 가질 법한 편견이나 생각들이 경계선을 넘어서며 생동감을 주지요. 모모, 롤라 아줌마, 엄마 아이샤, 하밀 할아버지, 꼬마 모세, 닐라 아줌마... 엘레베이터 없는 칠 층 건물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았던 로자 아줌마. 저는 이 소설이 모모의 성장소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줄거리는 모모의 성장만이 아니라, 로자 아줌마의 노화와도 얽혀있지요. 모모가 성장하는 사이에 로자 아주머니는 죽어갑니다. 그 과정은 퍽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픕니다... 2024. 11. 22.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