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4 이처럼 사소한 것들 다산책방 클레어 키건 2025.01.24 1. 120페이지 가량 되는 짧은 책입니다. 분량이 짧은만큼 등장인물이 적고 스토리가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문장이 무척 섬세하게 다듬어 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영어책으로 읽으려 했는데, 짧은 분량에 비해 문장의 난이도가 쉽지 않아 번역본을 읽었습니다. 2. 사회가 품고 있는 부조리를 목격하는 소시민에 대해 다룹니다. 요즘의 사회는 각자도생, 자신의 생을 스스로 챙겨야 하지요. 타인의 호의나 자비에 기대는 것은 무모하고 순진한 태도로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자기 하나의 생도 챙기기 어려운 시대에, 자신이 아닌 타인을 덮치는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다들 자신이 희생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숨을 .. 2025. 1. 27. 이윽고 슬픈 외국어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 2024/12/311. 하루키가 '먼 북소리'에 담긴 유럽 여행 이후, 프린스턴에서 보낸 시기에 쓴 에세이입니다. '먼 북소리'에서는 감상보다는 보내는 환경에 대한 인상을 위주로 담았다면, '이윽고 슬픈 외국어' 에서는 미국에서 지내며 느끼는 감상들을 보다 주관적인 문장으로 말합니다. 미국에서 느끼는 일본의 문화적 소모에 대한 비판이나, 프린스턴의 엘리트주의적인 모습과 보스턴의 자유분방한 모습들.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인상과 생각들이 드러납니다. 그는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말합니다. ‘미국인은 인종에 대해 차별적 발언은 삼가지만, 지리적으로는 꺼리낌없이 차별적 발언을 한다.’ 라는 요소가 재미있었습니다. 예를들어, ‘흑인들이 모여사는 곳은 위험하다’.. 2025. 1. 25.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북트리거 금정연 2024.11.13 1. 서평가 금정연 작가의 일기입니다. 그날 그날의 고뇌, 딸 나연이와 주고받은 말, 글쓰는 일의 어려움, 다른 작가들의 일기에 대한 감상이 담겨있습니다.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자신의 저서 후기에 달린 악플을 읽고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이나,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만 하다가 쓰지 못하는 모습이 짠합니다. 전반적으로 문장이 가볍고 유머러스합니다. 2. 남의 일기를 읽는 건 왜 즐거운 걸까요? 일기는 대개 소소하고, 다른 이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상의 조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기들을 쭉 읽어나가다보면 카페에서 단 둘이 앉아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남에게는 하지 않는 사소한 이야기나 눌러둔 감정들을 낱낱하게 드러내는 담소지요. 그 속.. 2025. 1. 25.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Ember John boyne 2025.01.19 1. out-with라는 유대인 캠프 옆의 저택에서 지내는 브루노의 이야기입니다. 슈무엘이라는 유대인 아이와 놀다가 순진하게 캠프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지요. 9살 아이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유대인 차별과 나치의 대량학살이 어떻게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줍니다. 영문판의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2.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면이 많았습니다. 9살이면 사실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닌데, 히틀러가 한창 득세하던 시기에 ‘유대인 차별과 캠프에 대해서 지나치게 무지한 면모를 보입니다. 게다가 집 안에서 군인에게 유대인이 구타당하는 모습도 직접 목격하고, 친구인 슈뮤엘이 매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말라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별 의문없이 그려러니 하.. 2025. 1. 20.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 2025.01.191. 제목만 보면 과거에 한창 유행하던 ’소확행‘이랑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내용은 미국에서 하루키가 살았던 일상의 에피소드들입니다. 재즈에 대해, 차에 대해, 맥주에 대해, 빵에 대해..등등. ‘우리는 이런 작은 행복들을 주섬주섬 모아야 한다’같은 주장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중간중간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과 부인 무라카미 요코가 찍은 사진들이 들어가서 그런지, 다른 에세이보다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슴슴합니다. 다 읽고나서 어떤 교훈을 얻는다거나 번뜩이는 직감을 얻는 경우는 드뭅니다. 내용도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거기서는 이렇게 지냈다, 그 사건에서 이런 인상을 받았다 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요. 그다지.. 2025. 1. 20. 생은 다른 곳에 까치 밀란 쿤데라 2025.01.18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입니다. 시인 야로밀의 생애를 다룬 소설입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으나, 초현실적으로 도약하는 자비에르의 파트에서 집중력을 조금 잃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사랑은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감정으로서 여겨지지만, 쿤데라는 이 소설에서 사랑을 추적하여 그것이 어떻게 사람의 일생을 비트는지 보여줍니다. 어머니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만족을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치환하지만, 그 사랑은 결국 집착으로 발전합니다. 야로밀의 자립을 억압하고, 그를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지요. 그로인해 야로밀은 여자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억압과 거짓으로 얼룩진 관계를 맺게 되지요. 쿤데라는 그 과정을 메스.. 2025. 1. 19. 이전 1 2 3 4 5 6 7 ··· 9 다음